2010년 01월 09일
최면 '주술'로 의식불명? 알고보니 진실은..

"최면 연습하다 의식불명?"…잘못된 주술로 5시간동안 정신잃어
↑위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참으로 개탄 통탄할 기사라 하겠습니다.
크리티컬 히트는 바로 '잘못된 주술', '주문을 외우다' 라고 표현된 부분일 것입니다.
우리의 인턴기자님께서 발번역을 하신 건지, 아니면 원문 기사에도 'spell', 'chant' 등의 단어가 쓰인 것인지 궁금한 나머지, 제가 직접 영국 브레이킹 뉴스 사이트를 찾아가 원문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네.. 발번역이 맞더군요ㅋㅋ
아무튼 얼마나 잘 모르면 최면에 쓰이는 언어를 '주술'이라 표현할 수가 있는지 한편으론 재밌기도 합니다ㅋ
(모르면 좀 알아보고 기사를 써야겠죠? 인턴 기자니까 한 번 봐줄까요ㅎㅎ)
아래는 원문 기사와 저의 발번역 + 해설입니다.
Helmut Kichmeier, 27, was found by his wife, Joanna, staring into thin air after the bungle in their north London home as they prepared for a tour . Mr Kichmeier, whose stage name is Hannibal Helmurto, had learned the skill to put himself into a somnabulistic trance to help him swallow multiple swords on stage.
27세의 헬무트 키메이어 씨는 북부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멍청하고 쓸데없는 짓을 하다 아내에게 발견됐다.키메이어가 무대에 오를 때 사용하는 닉네임은 한니발 헬무르토. 그는 무대 쇼에서 칼 삼키기 묘기를 해내기 위해, 스스로 깊은 트랜스(Somnambulism)로 들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He had been taught the skill by hypnotherapist Dr Ray Roberts to assist in a new act for the Circus of Horrors show. But as he practiced the skill in front of the mirror at 10am he set himself into a deep sleep until 3pm, when he was found by his wife. It was only after she phoned Dr Roberts and put the receiver to Mr Kichmeier's head that he was able to be talked out of the trance.
그는 서커스에서의 호러 쇼를 위해 최면치료사 레이 로버트 박사에게 최면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울 앞에서 훈련 도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대로 몽유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내가 그를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녀가 로버트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화기를 키메이어의 귓가에 대 준 뒤에야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Mrs Kichmeier said her husband had looked just like a zombie when she came into the room to find him.
그녀는 말하길 방 안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자기 남편은 마치 좀비처럼 보였다고 했다.
알케믹의 해설 : 황홀한 상태?
기자가 '황홀한 상태'로 번역한 단어의 원문은 'Somnambulistic Trance' 였습니다.
사실 섬냄뷸리즘Somnambulism이라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봐도 몽유상태 또는 몽유병으로 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최면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번역을 할 때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부분입니다. 최면에 있어서 섬냄뷸리스틱 트랜스의 본뜻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깊이 이완된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현대최면에서는 이를 '깊은 트랜스'라고 부르며, 모든 종류의 최면작업 시에 이 상태를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깊은 트랜스에 들어간다고 해서 5시간 동안이나 기억을 잃고 그 상태에 빠져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기사 상에도 나와있듯이 우리의 주인공은 '최면 마취'를 할 수 있는 자기최면을 연습중이었습니다. 한데 그냥 무통 최면을 바란 것이 아니라 칼을 삼키는 묘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무통 최면을 바란 것인데요. 따라서 그는 단순한 깊은 트랜스가 아니라그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최면 유토피아Hypnotic Utopia'에 들어가는 연습을 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최면 유토피아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상태에 들어가면 정말로 편안하고 아늑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가득하게 됩니다. 그저 그 상태가 너무 좋아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누가 부르거나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이 좀비처럼 보였다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기자는 '깊은 트랜스'를 '황홀한 상태'로 잘못 번역했지만, 어쨌든 소 뒷걸음질로 개구리 잡듯 얼추 뜻은 맞춘 셈입니다ㅋ
She said: "He was just starring at himself in the mirror, his pupils were tiny, which I know is a sign of someone under hypnosis.
"I tried to ask him what was wrong but he didn't answer and it was then I looked at the sofa behind him and saw a book named Hypnosis Medicine of the Mind.
"It was opened on page 45 and a chapter named hypnotic anaesthesia and I realised there was something wrong."
"At first I panicked and tried to talk to Helmut but he didn't respond."
"It was only then I noticed a letter next to the book a letter from his mentor, Dr Roberts, and I knew what I had to do."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
"그는 그저 멍하니 거울 속의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고, 동공은 축소돼 있었어요. 나는 그게 최면에 들어가 있다는 표식인 걸 알았습니다. 나는 뭔가 잘못됐으니까 일어나라고 열심히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 반응도 없더군요. 그러다 그이의 뒤쪽 소파 위에 놓여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음의 최면 의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45페이지가 펼쳐져 있었고, 챕터 제목은 '최면적 마취'였어요. 난 본능적으로 이게 문제였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겁먹은 채로 어떻게든 그이와 이야기를 해보려 시도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 그이의 최면 선생님인 로버트 박사님의 전화번호를 책 뒤쪽에서 찾게 됐어요. 당장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She quickly rang him and after the doctor spoke to him he slowly came out of the trance, with little idea of what had happened over the previous five hours. A person under hypnosis only responds to a voice of authority and as Dr Roberts had taught him the skill he was able to talk him down.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고, 박사가 몇 마디 하자 그는 천천히 트랜스 상태에서 돌아나왔다. 한데, 지난 5시간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을 못하는 상태였다. 깊은 트랜스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오직 권위적이고 강한 목소리에만 반응한다고 하는데, 로버트 박사는 이제는 키메이어가 자신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알케믹의 해설 : 최면 마취라고?
최면 유토피아는 과거에는 최면 코마로 불렸던 상태로, 마취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수술 시에 환자가 통증을 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최면 마취 수술로 유명한 19세기의 의사 제임스 에스데일의 경우, 최면 마취를 통해 수천 건의 절개 수술, 수백 건의 개복 및 절단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데일이 무통 수술을 할 수 있었던 상태가 바로 최면 코마, 또는 최면 유토피아 상태였으며, 그러한 에스데일의 업적을 기려 이 상태를 '에스데일 스테이트'라 부르기도 합니다. 근래에 종종 이루어지는 무통 수술이나 무통 분만 등도 모두 이 상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며, 보통 사람들도 훈련에 의해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에스데일의 시대까지만 해도 최면 유토피아에 들어가는 것은 순전히 환자의 운이었습니다. 최면 반응성이 뛰어난 사람만이 랜덤으로 그 상태까지 들어가 최면 마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최면에서는 데이브 엘먼 이후 최면 유토피아로의 유도법 뿐만 아니라 각성법까지도 온전히 확립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보통 최면 유토피아에 들어간 사람은 외부의 암시에 반응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고자 하기 때문에, 그를 깨우기 위해서는 특정 방법이 필요합니다. 대략 3가지 방법만이 최면 유토피아에 든 사람을 나오도록 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박사가 전화로 했다는 말이 바로 그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죠.
Mr Kichmeier has now agreed to practise auto-suggestion in the company of his wife, who now has a key word to release him if any other accidents happen again.The performer is no stranger to mishaps after his debut in the Circus of Horrors ended with him being hospitalised after he skewered himself in front of a live audience.
키메이어 씨는 이제는 부인의 협조 아래 자기최면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를 돌아나오게 하는 핵심 단어를 부인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데뷔 무대인 서커스 호러 쇼에서 관중들 앞에서 자신을 칼로 찔러 병원에 실려간 뒤로, 키메이어는 이제는 더이상 사고를 치는 데 있어서만큼은 초보가 아니게 되었다-ㅅ-
알케믹의 해설 : 최면 마취 상태 = 무적의 치트키?
자,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최면으로 무통 상태를 만든다 해도, 칼에 찔리면 다친다는 것입니다ㅋㅋ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최면 상태에 들어가면 뭔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입니다. 단언컨대, 평소 상태에서 위험할 수 있는 행위는 최면 상태에서도 동일하게 위험합니다.
아마도 우리의 주인공을 가르쳤다는 로버트 박사님이 키메이어의 '무통 상태에서 칼을 삼키는 훌륭하고 기발한 계획'에 대해 사전에 알았다면 문노가 비담에게 호통 치듯 깨호통을 날렸을 것입니다.
요렇게 말이죠:) 키메이어 씨는 최면에 대해 정말 단단히 오해를 했거나, 생각이 너무나 순진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관객들 앞에서 병원에 실려가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니 안쓰러운 한편 한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기자님께서 '주문'으로 번역하시고 제목에는 무려 '주술'로 언급하셨던 단어의 원문은 허탈하게도 단지 'Key word'였습니다. 'spell', 'chant' 등의 단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으로 보아, 기자님께서 평소 갖고 계시던 최면에 대한 환상이 반영된 번역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아내가 완벽히 알고 있다는 최면을 깨우는 주문이란 것은 누구나 배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각성유도문(최면 유토피아에서 돌아나오도록 하는 특정한 방식의)이지, 결코 신비한 주문 따위가 아닌 것입니다.
Somnambulistic Trance를 잘못 번역한 것은 그래도 애교로 봐 줄만 합니다만..
Key word를 주문으로 번역한 것은 정말 용서가 안 되네요ㅋ
이쯤 보셨으면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었던 것인지 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다음으로, 어떤 분께서 자기최면과 관련하여 질문 주신 것이 있었는데 이 참에 답변을 같이 드릴까 합니다.
최면 유토피아라는 상태가 그렇게 깊은 상태라면, 키메이어라는 저 어수룩한 사람이 어떻게 혼자 그런 깊은 상태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처음부터 자기최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렵습니다. 때문에 보통 처음 최면에 들어갈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후부터는 자기최면이 가능해지는데요, 깊이 들어갔던 상태로 신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잠재의식에 저장을 시켜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작업을 앵커링(Anchoring)이라 부르며, 앵커링 해 둔 상태를 불러오기 위한 수단을 트리거(Trigger)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최면 유토피아에 들어간 상태에서 검지와 엄지로 수인을 맺고 '나의 평화' 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앵커링입니다. 반복과 강화가 충분해지면, 이후부터는 편하게 자세를 잡고 앉거나 누워서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짚으며 '나의 평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다시금 최면 유토피아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드는 것과 특정 단어를 부르는 행위가 바로 트리거입니다.
최면에 들어가는 것은 학습되기 때문에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더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아무튼 이 정도면 잘못된 기사로 인해 생긴 오해는 모두 풀리셨고, 자기최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호기심이 풀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예전에 조삼모사 시리즈가 한창 유행할 때 만들어 본..
조삼모사 최면 유토피아 편을 불쌍한 키메이어 씨에게 바칩니다.

늘 애씀 없는 행복과 웃음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Alchemic Linguist-
www.mentalist.or.kr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꾹~ One Click!
# by | 2010/01/09 19:38 | Free Talk | 트랙백 | 덧글(1)















































